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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08-02-16 11:28:44
제        목   [서호정의 축구시대] 박지성, 아스널전 골의 기억을 되살려라

오는 주말 FA컵에서 아스널과의 대회전을 준비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박지성(27)은 2006년 4월 10일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날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데뷔골을 넣었고, 그 상대는 다름 아닌 아스널이었다.(박지성은 앞선 2006년 2월 5일 풀럼전에서도 골을 넣었지만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4월 중순 그 골을 상대 수비수 카를로스 보카네그라의 자책골로 수정했다.)

당시 박지성은 맨유의 홈인 올드 트라포드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섰다. 단독 선두 첼시를 쫓기 위해 리그 최대 라이벌 아스널과의 전면전에서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던 맨유에게 박지성은 쐐기 골을 선사했다. 선제 골의 주인공 웨인 루니가 후반 33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돌파해 올려준 땅볼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쇄도해 들어와 마무리 지었다.



이 골은 박지성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안겨줬다. 잉글랜드 전역이 집중한 빅매치에서의 골로 현지 언론과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고 리그 선정 ‘금주의 팀’에 첫 선정되는 보너스까지 받았다. 득점 장면에서 “팍(Park)”을 크게 외치는 해설자의 목소리는 박지성이 세계 최고 레벨의 경기에서도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증거였다.

지난 12월, 무릎 연골 수술로 인한 9개월 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박지성의 활약은 나쁘지 않다. 긴 재활과 치료 시간을 감안할 때 그는 빠르게 팀 스타일과 스피드에 따라가고 있다. 문제는 ‘박지성을 중심으로’ 볼 때 확인되는 활약을 표면화시키고, 폭발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마무리인 골이 없다는 것이다.

빠른 시점에 골이 터져야 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중요하게 인지하는 것도 박지성 본인이다. 스스로도 인터뷰에서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골이 터지는 시점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입으로 골을 되내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생활 3년 차를 맞는 그도 주변의 시선에 무엇으로 부응해야 아는 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리그는 아니지만 FA컵에서 아스널을 상대로 넣는다면? 그 파급력은 말할 필요가 없다. 두 팀은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04/05, 05/06시즌에는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지원에 힘입은 첼시의 가파른 성장에 커다란 도전을 맞기도 했지만 두 팀은 지난 시즌 맨유의 우승을 신호탄으로 리그 투톱 자리로 돌아왔다.

퍼거슨과 벵거의 설전으로 대변되는 맨유와 아스널의 대립 관계를 설명하는 데 견원지간 이상의 표현은 없을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15년 역사 동안 최고를 놓고 겨뤄왔던 두 팀의 맞대결은 관심을 놓고, 그 승부에서의 활약은 당연히 특별한 선수로 부각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이번 경기에서 맨유가 승리하기 위해서 열쇠를 쥔 선수는 루니다. 인정해야만 한다. 루니가 경고 누적으로 인한 징계로 결장한 맨시티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한 뒤 현지 언론과 맨유 선수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루니를 찾았다. 리오 퍼디낸드는 최근 인터뷰에서 “루니가 우리를 바꿀 수 있다”며 최근 계속되는 부진(토트넘전 1-1 무, 맨시티전 1-2패)을 날려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지만 박지성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난 2개월 간 전적으로 호날두에게 의존해 왔던 공격력은 상대의 강력한 수비와 압박 속에서 맨유에 얼마나 치명적인 독이 되는 지를 보여줬다. 숨통을 쥐어 오는 전면적인 압박을 깨는 공격은 호날두와 나니가 선호하는 1대1 개인전술이 아니다. 상대 수비를 끌어내고 순간적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트릴 수 있는 공간을 쥐락펴락하는 오프 더 볼의 움직임이다. 그 움직임이 상대 수비를 흔들 때 1대1 돌파도 살 수 있다. 팀의 전반 맨유에서 볼을 갖고 있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이 가장 뛰어난 선수는 루니와 박지성이고, 박지성은 맨시티전 후반에 투입되어 그것을 일정 부분 증명했다.

올 시즌 아스널의 측면 수비는 리그 최강이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오른쪽 풀백 바카리 사냐와 주전으로 도약한 가엘 클리시가 있다. 일단 아스널 공심 홈페이지는 두 선수가 각각 개인적인 이유와 부상으로 맨유와의 FA컵에 결장할 것이라 공지했다. 그렇다고 박지성이 아스널 수비를 뚫을 수 있는 어려움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네이션스컵에서 돌아온 에마뉘엘 에부에는 올 시즌 윙에서 뛰고 있지만 언제든 수비에 돌아올 수 있고, 왼쪽에는 트라오레 같은 훌륭한 백업 자원이 있다. 상대 주전이 나오지 않기에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여유는 프리미어리그에 없다. 박지성은 언제나 그렇듯 누구를 상대로든 퍼거슨 감독이 사랑하는 그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흔들면 된다. 박지성은 건강한 의미의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FA컵 11회 우승을 자랑하는 맨유와 10회의 아스널. 결승에서 만났다면 더 좋았을 지도 모를 16강전에서의 조기 맞대결 속에서 박지성은 어떤 활약을 끌어낼 것인가?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보여준, 예전이었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유연한 마무리 능력이 보여지길 기대해 본다. 물론, 이건 한국 사람 입장에서의 생각이고 궁극적으로 기대되는 것은 FA컵 역대 전적 5승 2무 5패인 양 팀이 보여줄 최상의 경기력이지만.

글=서호정(스포탈코리아 기자, <포포투> 에디터)
사진= 2006년 아스널전 골의 기억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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