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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08-02-14 16:52:41
제        목   [런던통신] EPL 해외진출, 잉글랜드의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다?

[스포탈코리아=런던(영국)] 박찬준 통신원= 영국인들은 스포츠를 정말 좋아한다. 프리미어 리그를 비롯 세계 스누커 대회, 식스 네이션스 컵, 크리켓 프랙티스 등 1년 내내 각종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된다. 여기에 4년에 한번씩 벌어지는 월드컵, 유럽 선수권 대회, 럭비 월드컵, 커먼웰스 대회 등이 열리면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니, 그야말로 영국은 스포츠의 천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은 거의 모든 인기스포츠의 발상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축구뿐만 아니라 골프, 야구, 럭비, 하키, 농구, 테니스 등 프로스포츠로 성장하며 전 세계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종목의 대부분은 영국에서 출발했다. 영국인들은 이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최근 자국 선수들의 성적이 좋진 않지만 여전히 윔블던, 브리티시 오픈 등 빅이벤트를 개최하는 스포츠 메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자랑거리는 프리미어 리그일 것이다. 1년 중 가장 큰 럭비 대회인 식스 네이션스컵이 열린 상태이지만 팬들의 관심은 뮌헨 참사 50주년, 프리미어 리그 해외 개최에 더 집중되고 있다. 헤이젤 참사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던 자국 리그가 해외자본의 유입에 따른 스타선수들의 이적으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리그로 자리잡게 된 것은 팬들에게도 큰 영광이었을 것이다.

알려진대로 잉글랜드 축구는 (대다수의 유럽팀들이 그러하겠지만)철저히 지역팀 개념의 풀뿌리 축구이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빅클럽들 역시 지역 축구팀으로 출발했으며, 이들을 지탱한 것은 노동자 계급이었다. 여전히 신분에 대한 개념이 남아 있는 잉글랜드에서 럭비와 축구 중 어느 종목을 좋아하는 것인가로 신분을 구분짓는 시기도 있었다. 럭비가 왕실과 귀족을 중심으로 발전한데 비해, 축구는 철저히 노동자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마케팅 공부를 한 지인은 삼성이 첼시에 모바일을 메인으로 후원을 했을때 반대의 견해를 나타냈었다. 이미 고가 정책으로 명품의 반열에 오른 삼성 휴대폰을 굳이 노동자계층의 축구에서 엄청난 돈으로 홍보한다는 것은 그들의 정책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 출범 이래 이같은 공식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팀들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팬들이 지불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충성스러운 잉글랜드 팬들은 매년 조금씩 바뀌는 새 유니폼을 입고, 엄청나게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 매치데이 북을 들고, 경기장 안의 형편없는 음식들을 먹으며 경기를 관람한다. 무려 100파운드에 가까운 돈을 경기당 쏟아붓는 셈이다. 더이상 축구가 노동자 계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 힘든 이유이다. 자신들의 것이라고 믿었던 팀은 억만장자의 외국인 손에 넘어갔으며, 자신들의 이념과 꿈을 대신해 뛰어주는 선수들은 주급 10만 파운드가 적다며 불만을 표시한다.

최근 프리미어 리그가 발표한 해외 경기 개최에 팬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다. 이같은 프리미어 리그 사무국의 결정은 지역 서포터들이 갖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지역 연고마저 빼앗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버풀에 눌려있던 과거를 잊고 구디슨 파크에서 노래하던 에버턴 팬들이 아시아의 낯선 경기장을 자신의 홈이라 느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잉글랜드의 팬들은 자신의 팀을 서포팅하기 위해 수천마일을 넘어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하고 있는 해외 팬들도 친선경기가 아닌 리그 경기라는 최상의 경기력에 경기장에서는 환호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프리미어 리그의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신의 배를 채우고 난 다음, 과연 팬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무엇인가. 해외 리그 진출 강행이 프리미어 리그를 위한 길인지, 죽이는 길인지 조금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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