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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17-05-14 11:54:10
제        목   [현지르포] ‘사상 첫 ACL 16강’ 무앙통이 들려준 이야기



[스포탈코리아=무앙통(태국)] 박대성 기자= 태국은 동남아를 대표하는 휴양지다. 뜨거운 태양과 길거리 음식, 에메랄드로 물든 바다가 관광객에게 손짓한다.

축구와 동떨어진 그림이다. 실제 태국 축구 열기를 느끼러 떠나는 사람은 드물다.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퍼진 인터넷 보급으로 유럽 축구가 가까워진 탓도 있지만, 아직 태국은 축구 변방국이다. 태국에 살았던 지인에게 경기장을 물어도 물음표를 던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국가 대표팀 성적을 봐도 그렇다. 태국은 현재까지 월드컵 본선 무대에 출전한 경험이 없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 합류해 기대를 높였지만 1무 6패로 B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손흥민 같은 걸출한 해외파 선수도 없다. 관광객 입장에서 굳이 태국 축구를 관람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좁혀보자. 태국 축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돌풍의 주역이다. 2013년 부리람 유나이티드가 8강 진출에 성공했고, 2015년 성남FC까지 꺾었다. 이번 ACL에선 무앙통 유나이티드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태국 축구가 궁금했다. 알음알음 알려진 소식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 때마침 울산현대와의 ACL E조 조별리그 경기도 있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가 마음을 흔들었다. 정신을 차린 순간 이미 몸은 비행기 안이었다.

■ 면세점+길거리가 보여준 태국 축구 열기




짧지만 긴 비행이었다. 비행기는 한국에서 오후 8시 50분 발로 출발했고, 태국 시간으로 오전 0시 50분에 도착했다. 태국 특유의 향신료 향기가 공항을 덮었다. 입국 수속을 밟고 짐을 찾으려는 찰나에 제이미 바디(30, 레스터 시티)가 공항 전광판을 환하게 비췄다.

이유는 간단했다. 레스터는 태국 최대 면세점 킹 파워(King Power)가 소유한 구단이다. 2010년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가 레스터를 인수했고, 132년 만에 1부 리그 우승 동화를 썼다. 홈 구장 명칭도 킹 파워 스타디움이다. 실제 공항 면세점에서 레스터 유니폼과 선수 브로마이드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에버턴도 마찬가지다. 에버턴은 태국 맥주 회사 창(Chang)을 메인 스폰서로 채택했다. 태국 시장과 거리에서 에버턴 유니폼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현지에서 느낀 태국 축구 열기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숙소 주변 라이브 바에는 에버턴과 레스터 중계가 방영됐다.

무앙통 SCG 스타디움으론 수상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태국의 축구 열기는 방콕 외곽까지 아지랑이처럼 피었다. 무앙통 유나이티드가 있는 논타부리에 내리자, 태국 국가대표가 프린트된 대형 버스가 정류소에서 환하게 미소 지었다.  

피부로 직접 축구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는 택시다. 택시 기사에게 무앙통 유나이티드라고 말하자 "아 정말 좋은 팀이다. 타이 리그 1위 팀이다"라며 엄지를 세웠다. 일본 반포레 고후 취재 당시 택시 기사가 고후 팬이라며 자부한 모습이 겹쳐졌다. 태국 택시 라디오에선 선덜랜드, 첼시 등 해외 축구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 무앙통의 가파른 상승세, 원동력은?




은은한 축구 열기는 무앙통 SCG 스타디움에서 활활 타올랐다. 사전 기자 회견은 전초전이었다. 1시간 전까지 원활하던 와이파이가 취재 인파로 먹통이 됐다. 현지 기자에게 평균 취재 규모를 묻자 “편차는 있지만 이런 경우가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당일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홈 관중들이 킥오프 3시간 전부터 무리 지어 의견을 나눴다. 경기장 외곽에 비치된 카페테라스는 벌써 만원이었다. 2시간 전에 돌입하자 전 좌석이 매진됐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매표소 앞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SCG 스타디움은 17,000석으로 월드컵 경기장과 비교하면 소규모다. 그러나 팬들의 함성은 대규모였다. 붉게 물든 서포터스는 대형 깃발로 원정 팀을 위협했다. 웃통을 벗고 북을 치며 홈 팀에 힘을 실었다. 무앙통은 붉은 파도와 함께 울산을 1-0으로 꺾었다.

경기장 안에서 직접 뛴 선수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무앙통 소속 이호가 분위기를 전했다. 이호는 “한국보다 인프라 여력과 그라운드 상태는 부족하다. 그러나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정말 크다. 언제나 홈에서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승세란 단어를 관중 열기로 단정 짓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무앙통 상승세엔 모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유소년 밀착이 숨어 있었다. 국내파 중심으로 단합해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려는 움직임도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무앙통은 2006년 FC 글로블렉스 노리요리라는 작은 팀이었다. 2007년 태국 스포츠 미디어 시암 스포츠가 구단을 인수해 규모가 커졌다. 시암 스포츠는 위성 TV 중계와 글로벌 축구 매거진 ‘포포투’ 태국 라이선스를 가진 기업이다.

글로블렉스은 무앙통 유나이티드로 팀 명칭을 바꾸고 3년 만에 타이 리그(1부 리그) 우승을 해냈다. 시암 스포츠는 2016년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BEC 테로와 파타야 유나이티드 인수가 대표적인 예다. 시암 시멘트그룹(SCG)까지 메인 스폰서로 합류해 재정적 폭은 더욱 커졌다.

물론 무앙통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부리람 유나이티드에 패권을 내줬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간 리그 우승 3번과 대조적이다. 태국에서 유명한 정치인이자 부리람 구단주인 네윈 치드촙이 한몫을 담당했지만, 내면을 뜯어보면 무분별한 외국인 영입과 감독 선임 실패였다.

무앙통은 2016년 1월 외국인 감독 체제에서 국내파 전환을 결정했다. 태국 국가대표 출신 톳치완 스리판 감독을 선임해 팀을 재건했다. 톳치완 감독은 체계적으로 팀을 정비했고 곧바로 1부 리그 우승을 해냈다. 국내파로 만든 기둥에 적절한 외국인 수혈이 적중한 셈이다.

유소년 기틀 마련에도 큰 공을 들였다. 울산전이 열리기 직전 경기장 옆 보조 경기장에선 유소년 경기가 열렸다. 현장을 스케치하는 태국 기자에게 어떤 행사냐고 묻자 “경기가 열리는 날이나 주말에 유소년 경기가 열린다. 지역 인근 학교와 무앙통이 협력해 유소년을 육성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유소년 밀착이었다.

태국 전역으로 시선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태국 맥주 회사 비어창은 자국 축구 발전을 위해 태국 방콕에 에버턴 축구 아카데미를 세웠다. 현지에서 에버턴 코치가 파견돼 직접 코칭하는 시스템이다. 유소년 육성은 무앙통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 '단 1패'→16강 진출, 축구 변방 넘어 돌풍으로




축구는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비즈니스적 측면이 강해졌다. 돈이 될 만한 나라 혹은 잠재성이 있는 나라에 유럽 최고 팀들이 모인다. 우리는 미국에서 엘 클라시코가 개최된다는 소식과 중국에서 맨체스터 더비가 열릴뻔한 풍경을 이미 접했다.

현재 EPL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리버풀,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프리시즌 일정을 태국에서 소화했다. 지난 2013년 맨유가 태국 올스타에 패해 전 세계 언론을 달군 사례까지 있다. 태국 자본도 서서히 EPL 무대로 스며들고 있다.

간헐적인 유럽 축구와의 맞대결 때문일까. 태국은 축구 변방을 넘어 돌풍의 주역이 됐다. 무앙통은 ACL E조 조별리그에서 단 1패만 기록했다. E조 5차전에서 브리즈번을 3-0으로 완파해 조기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안방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고 원정에서 좀처럼 패하지 않은 결과다.

현장에서 지켜본 무앙통은 끈끈했다. 현지 기자는 “중앙 퀄리티가 빈약해 빌드업에 문제가 있다”라고 설명했지만 끈끈한 수비와 효과적인 역습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오는 6월, 일본 J리그 삿포로 콘사도레로 임대 이적할 송크라신의 기량도 돋보였다.

무앙통은 팀 역사상 최초로 ACL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무앙통의 다음 상대는 가와사키 프론탈레다. 만약 가와사키를 넘는다면 돌풍을 넘어 태풍의 주역이 된다. 현재 11승 1무 1패로 리그 선두를 달리는 만큼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동기부여도 이미 충만했다. 미드필더 이호는 “모두가 우리 팀을 돌풍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기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실보다 득이 많다. 좋은 모습으로 대회를 즐긴다면 최고의 성적이 나올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대성기자, 울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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