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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18-07-04 00:25:47
제        목   [특별 인터뷰] 현실과 싸운 서정원의 2000일, "숙제가 남았네요"



[스포탈코리아=화성] 서재원 기자= "처음에는 5년만 하자고 생각했어요. 수원의 지휘봉을 잡을 때 와이프에게도 이야기한 부분이에요. 생각보다 오래 잡았죠? 5년이란 기준을 왜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팀에서 짧게 끝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6년째네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그런지……"

서정원(48) 감독 2012년 12월 12일 수원 삼성의 4번째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로부터 2000일이 흘렀다. 지난 6월 3일은 그가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지 정확히 20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처음에 5년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 어느덧 6년째가 됐다. 그 사이 수원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모기업이 바뀌면서, 구단 정책도 바뀌었다. ‘레알 수원’이라는 말은 이미 과거가 된지 오래다. 스타급 선수는 몇 되지 않는다. 잘 나가던 때와 비교해 예산은 반 이상 깎였다. 이제 이적시장만 다가오면, 기대감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수원의 현실이다.

-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지난 6년은 더 힘드셨죠.

"솔직히 더 힘들어요. 처음에는 지금보다 젊었고, 패기도 넘쳤죠. 제가 구상하고 생각하는 대로 꾸려 나가면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뛰어 들었어요. 의욕적으로 부딪혔는데, 역시 쉽지만 않은 거구나라고 느끼게 되더라고요. 1년, 2년 흐르면서, 더 실감하는 부분이고요. 처음에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맹목적이었어요.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세부적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됐고, 더 확실히 알게 됐죠. 그러면서 자꾸 배워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 6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말씀하신 시스템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6년 하면서 저도 많이 배운 부분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니, 반반이네요. 포백에 3년, 스리백에 3년. 그러면서 저도 성장했어요. 자신할 수 있는 건, 스리백과 포백를 정확히 이해하면서 쓸 수 있게 됐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4-2-3-1을 썼는데, 선수의 특성, 우리 팀의 색깔을 입히려다 보니 4-1-4-1을 생각했어요. (김)은선이를 원볼란치, (권)창훈이와 산토스를 앞에 두고 큰 효과를 봤죠. 창훈이도 그 때 확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봐요. 그런데 다음 시즌 수비에 문제가 생겼고, 스리백을 꺼냈어요. 세계적인 흐름도 흐름인데, 2년 정도 그 흐름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팀에 적합한 스리백을 접목시킬지 연구했어요. 그렇게 지금이 된 것 같아요. 2000일 했으니, 처음 1000일은 포백, 이후 1000일은 스리백을 갔다고 보면 되겠네요"

- 2000일 동안 힘든 일이 많으셨어요. 리그 우승이 없는 것도 그렇고요. 그래도 가장 보람된 때는 언제셨나요.

"조금씩 그런 것을 느끼는 것 같아요. 상반된 온도차에서 보람을 찾는다고 할까요. 우승은 못해서 정말 아쉬워요. 팬들도 목말라 있지만, 저나 선수들도 마찬가지예요. 답답한 부분이기도 해요. 예산이 반 토막 난 상황에서 거기에 맞춰 선수를 꾸려 나가는 것도 힘들거든요. 그러다보니 유스 시스템 정착에 힘을 쏟았어요. 미래를 대비하고, 선수들을 키우고, 그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고, 그런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매튜 같은 경우도 그래요. 처음에는 다른 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는 선수였는데, 수원에 와서 다시 잘 됐어요. 월드컵 대표 선수가 됐죠. 그런 것들이 참 좋아요. 그런 선례들이 팀 전체에 또 좋은 기운을 주고요"

"아! 섣부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제가 수원에 있으면서 자부할 수 있는 게 있어요. 5~6년 동안 수원에 불화가 없었어요. 예전에는 모래알 수원이라고도 불렸어요. 그런데 지금은 들어볼 수 없는 이야기죠. 감독 부임하면서, 그런 부분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팀을 하나로 만들고 싶었고요"

서정원 감독은 지난 6년간 현실과 맞서 싸웠다. 조나탄이 떠나간 과정이 그 수원의 현실을 정확히 대변해준다. 수원을 통해 K리그 최고 골잡이로 거듭난 조나탄은 지난 1월 중국슈퍼리그 톈진 테다로 이적했다. 이적료 600만 달러(약 64억원)에 연봉 200만 달러(약 21억원), 수원은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라며 조나탄을 이적 시켰다. 서정원 감독이 지난 6년 동안 유스 시스템 정착에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하다. 현실과 타협이 아닌, 현실과 싸우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 ‘잘 키운 유스 하나가 열 이적생 안 부럽다’는 생각으로 한 명 한 명의 유스를 팀의 주축으로 성장시켰다. 현재 수원 선수단(38명) 중 수원이 키운 유스는 13명이나 된다. 비율로 치면 34.2%로 K리그 최다다.




- 신문과 가진 1000일 인터뷰에서도 유스 시스템 정착이 목표라 하셨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을 만들고 싶으셨나요.

"우리의 전체 인원이 38명이면, 유스 출신이 13명이에요. 순수 우리가 키운 유스만요. 예전에는 지금의 반 정도였을 거예요. 상당히 숫자를 늘렸죠. 그런데 단순히 숫자만 보시면 안돼요. 실제 경기장에 투입되는 선수들이 매 경기 30% 이상을 될 거예요. 11명 중 3~4명 정도가 뛴다고 보면 돼요. 18명 엔트리에는 5~6명 이상씩 들어가고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죠"

"감독을 처음 시작할 때, 매탄고 출신 선수들을 다 파악했어요. 이후 각 대학팀 감독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경기가 없을 때 모두를 클럽하우스에 모으게 했어요. 열 몇 명의 선수가 찾아왔고, 3일 동안 2경기를 뛰게 하면서 체크를 했어요. 그 때 발견한 선수가 김종우예요"

- 그러면 구상하신 유스 시스템은 언제쯤 완성이 될 거라 보시나요. 사실 완성이라는 게 끝이 없는 건데…….

"아직도 진행 중이에요. 지난 6년 동안 다른 팀에서 못한 걸 우리가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더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에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제가 이 팀을 떠나더라도, 기본적인 유스 시스템에 틀을 만들고 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인생을 살면서, 앞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해요. 단지, 앞에 닥친 것, 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고, 계속 살려가고 만들고 싶어요"

서정원 감독은 수원의 역사에 유스 시스템 정착이라는 큰 성과를 남겼다. 이는 수원이 과도기 속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됐다. 그러나 그에게도 지우지 못한 꼬리표가 하나 있다. 서정원 감독 스스로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라 말한 리그 우승이 그것이다. 지난 5시즌 동안 준우승만 두 번했다. 우승컵이라고는 2016년 FA컵이 전부다. 올해도 리그에선 1위 전북(승점 34)에 9점차 뒤진 2위(승점 25)에 머물러 있다. 그런 서정원 감독에게 우승이란 타이틀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 올해는 3개 대회에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어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위치(8강)에 올라 있고요.

"K리그, ACL……. 저한테는 이런 게 다 간절해요. 어느 하나가 아니에요. 올해 초에도 이야기했지만, 어느 하나를 꼽고 싶지는 않아요. 어느 한 대회에 치중하고 싶지도 않고요.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목표의식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런데 절대 그런 게 아니에요. 모든 대회에 충실하고, 모든 경기에 올인하고 싶어요"

"이 번 만큼은 ACL에 대한 욕심이 커요. 물론 8강에서 우승후보 팀을 만났어요. 저희가 항상 발목을 잡혔던 상대죠. 하지만 한 번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전북과 대진이 발표된 후, 저나 선수들이나 한 번 ‘빡세게 붙어보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불타올랐어요. 그래서 6월부터 이미 전북과 2경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선수들에게도 강하게 푸시하고 있고요. 그 시합에 닥쳐서 준비하면 늦어요. 준비가 돼야 생각이 나오고, 그것을 이행할 수 있다고 봐요"

서정원 감독은 지난 10월 수원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19년까지고, 상호 합의에 따라 1년 연장 조건이 붙었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앞서 언급됐던 현실적인 벽에 수도 없이 부딪히며, 몇 번이고 포기하려 했다. 가족 등 가까운 지인들은 ‘내려놓으라’고 했다. 마침 일본 J리그 2개 팀이 서정원 감독에게 매력적인 오퍼를 보냈다. 그 중 한 팀은 직접 서정원 감독을 찾아와 설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정원 감독은 수원을 택했다. 풀지 못한 숙제에 대한 미안함과 선수들의 만류 때문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고민할지도 모른다. 1년 전의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수원과 미래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이기에. 대신 그가 꿈꾸는 ‘지도자 서정원’이 궁금했다.





- 나중에 수원을 떠나셔도 지도자 생활은 계속 하실 거죠.

지도자 생활은 앞으로 계속하고 싶어요. 이 팀에서는 어떻게 될지 앞으로 모르는 일이지만, 더 갈 수도 있고 상황이 아닐 수도 있어요. 모든 것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이 팀을 떠나는 날에도 지도자는 계속 할 거예요.

- 감독님이 꿈꾸는 지도자가 궁금합니다.

"지도자에도 순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선수 때 16세 주니어 대표부터 시작해, 청소년 대표, 올림픽 대표, 해외진출, 월드컵 등 차례로 나아갔어요. 선수로서 우리나라 유일무이하게 출전한 전 대회에서 골을 다 기록했고요. 은퇴에 가까워질 때는 다시 해외로 나가 축구와 공부를 병행했고요. 지도자에 발을 디딜 때도, 청소년 대표팀 코치, 올림픽 대표팀 코치, 국가대표팀 코치를 하나씩 해왔어요 이렇게 하나하나 올라간 지도자도 드물다고 생각해요. 차근차근 왔어요. 수원에서 프로 감독을 맡으면서도 그런 경험들이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아프면서 알아갔고, 그런 게 큰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처럼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 언젠가는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님을 볼 수 있는 건가요.
"대표팀은 나중에 한 번 꼭 해보고 싶어요. 지도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죠. 선수들을 다루고, 이해시키고, 팀을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부족하고, 더 경험을 쌓은 다음에, 하나하나 만들어보고 싶은 게 꿈이에요. 수원에서의 경험은 미래의 서정원에게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틀을 만들고, 새롭게 성장시킨 것, 이런 게 시간이 흐르면서 노하우가 되고 저를 더 성장시키겠죠"

"그래서 지도자는 꾸준히 해야 해요. 더 공부해야 하고요. 다만, 욕심이 있다면 그 기회가 모든 조건이 갖춰졌을 때 왔으면 좋겠어요. 저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요. 1년, 2년 정해놓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처음부터 만들면서 팀을 완성시키고 싶어요.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죠"

- 사람들은 흔히 감독님을 덕장이라고 표현해요. 신태용 감독님은 스스로를 ‘난 놈’이라 표현하는데, 감독님은 스스로를 어떤 지도자라 평가하시나요.

"저는 난놈은 아니에요. 뭐랄까요. 꾸준함? ‘철두철미’가 맞겠네요. 선수 때도 ‘프로라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틀이 있었어요. 프로는 프로다워야 하고, 선수가 갖춰야 하는 수양이나, 성실함이 선수들에게 롱런의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고 선생(고종수 감독) 같은 경우, 일찍 선수 생활을 관두는 게 마음이 아팠어요. 정말 능력 있는 선수였는데 말이죠. 그런 선수들이 성실함까지 있다면 얼마나 오래하고, 좋은 것을 가져갔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저는 보여주고 싶었어요.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표본이라는 걸 말이죠. 고지식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그만큼 또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고, 앞으로도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도자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계속 공부하고, 연구해야 해요. 이런 게 쌓이면 나중에는 큰 힘이 된다고 봐요. 운 같은 것도 필요하지만, 그건 한 순간이에요. 기초가 튼튼해야 안 무너지고, 채워지고 채워져야 흔들리지 않아요.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나온다고 할까요. 그렇게 보면 저도 아직 초년병이에요. 대표팀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지도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곳이에요. 지금 저는 현실적으로 부족해요. 더 발전해야 하고, 채워야 하죠"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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