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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18-10-27 02:32:43
제        목   [피플인사이드] ‘감독 도전’ 이승엽, 故 조진호 철학을 대학에 새기다



[스포탈코리아=칠곡] 박대성 기자= “조진호 감독님 길을 걸으려나 봅니다. 감독님이 태어나셨던 대구에서 팀을 이끌게 됐네요.”

올해 초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 들린 목소리는 故 조진호 감독과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었던 이승엽 코치였다. 조진호 감독 고향 대구에서 도전장을 내민 그는 대구 예술대의 전국대학축구연맹전 조별리그 통과를 해냈다. ‘천적’ 위덕대를 잡고 이룬 쾌거라 감동은 두 배였다.

선수 시절 이승엽 감독은 동래중학교, 동래고등학교, 연세대학교를 거친 유망주였다. 고등학교까지 공격수였지만 연세대학교에서 미드필더로 전향했다. 포항 스틸러스 입단 후에는 박성화 감독의 제안으로 풀백에서 뛰었다.

포항 입단 당시 “축구계의 이승엽이 되겠다”던 당찬 포부가 있었다. 신문 1면에 실릴 정도로 다부졌지만 허리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03년 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인 부천SK로 이적한 그는 33세가 되던 해에 축구화 끈을 풀었다.

故 조진호 감독과 찰떡궁합, 김문환 포지션 변경까지




이후 코치로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2012년 신라중학교 코치를 시작으로 2015년 부산 코치에 임명됐다. 2016년 부산 유소년을 지도하던 무렵 조진호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준비하고 있어라.”

조진호 감독과의 인연은 포항에서 시작됐다. 현역 마지막을 불태웠던 부천SK 시절에는 선수와 코치로 만나기도 했다. 조 감독은 이승엽의 역량을 기억했고, 부산 감독에 부임하자 코치직을 제안했다.

‘형’ 조진호 감독과 ‘동생’ 이승엽 코치는 찰떡궁합이었다. 매번 잔디밭에 앉아 구성과 선수단 컨디션을 논의했다. “항상 코치는 힘들어야 한다”는 조 감독의 말을 좌우명 삼아 바지런히 움직였다. 의견 차이도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훌훌 털며 끈끈함을 보였다.

“문환이의 공격적 성향을 한 칸 내려서 수비로 전환하면 어떨까요.”

김문환도 이승엽 코치의 통찰이었다. 조진호 감독은 이 코치의 제안을 수락했고 김문환 포지션 변경을 결정했다. 대학 시절까지 공격수로 그라운드를 밟다 프로에서 수비로 전향한 경험이 내린 판단이었다. 1년 후 김문환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발판삼아 파울로 벤투 감독의 선택까지 받았다.

너무 갑자기 찾아온 충격적인 이별




팀 성적은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이 뭉친 결과물이다. 2017년 부산도 그랬다. 조진호 감독과 이승엽 코치는 경남FC와 K리그2 우승 경쟁을 했다. 말컹을 앞세운 경남을 거북이처럼 추격하며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노렸다. 경남과의 낙동강 더비 패배로 K리그2 우승을 넘겨줬지만, 쟁쟁한 K리그1 팀을 뚫고 FA컵 결승에 올라간 점을 돌아보면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조진호 감독이 급성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2017년 10월 10일. R리그를 위해 강원 원정을 가던 중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전해졌다. 어제까지 웃으며 통화하던 ‘형’과 하루 만에 영원한 작별을 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일이라지만 믿을 수 없었다.

강원 원정이 대수가 아니었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내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애타게 기도했지만 하늘은 무심했다. 형 같던 조진호 감독과 이별에 한동안 슬픔에 빠져 몸조차 가누지 못했다. “아직도 진호 형만 생각하면...”란 말에 모든 게 묻어났다.

슬픔 속에서 리그와 FA컵 일정을 치러야 했다. 어깨너머로 배운 전부를 먼저 떠난 '형' 조진호 감독을 위해 쏟아부었다. FA컵 우승과 K리그1 승격 실패.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시즌 종료 후 “다음에도 꼭 같이하고 싶습니다”라는 선수단의 말에 눈물을 울컥 쏟았다.

그러나 부산과 동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윤겸 감독 체제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생각이 많던 12월 어느 날, 이승엽 코치의 능력을 알아본 인물이 있었다. 대구 예술대 김현수 교수였다.

김 교수는 이승엽 코치에게 대구 예술대 감독을 제안했다. 가족이 부산에 있고, 동래고등학교 코치로 박성화 감독을 보좌하기로 마음먹은 시점이라 쉽게 승낙할 수 없었다. 김현수 교수는 포기하지 않았고 집 앞까지 찾아와 삼고초려했다.

대구 예술대에 故 조진호 철학을 새기다




김현수 교수 간청에 마음이 흔들렸다. 동래고등학교에 죄송한 마음을 표한 후 2018년 1월 8일 대구 예술대 지휘봉을 잡았다. 프로에서 경험을 쌓았지만, 감독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감독’ 이승엽은 첫 번째 목표로 선수단 체질 개선을 생각했다.

“부산에서 배웠던 시스템과 훈련 세션을 많이 연구했다. 걸어 다니지 말고 뛰어다니라고 했다. 생활도 바꿔야 했다. 처음에 가니까 밤 9시 이후에 뭘 많이 먹더라. 그래서 벌칙과 벌금 제도를 만들었다. 라면은 금물이었다. 무단 외박, 좋지 않은 행실도 엄하게 대했다.”

생활이 자리 잡히자 훈련법도 바꿨다. 기존의 과도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줄이고, 코어 트레이닝 등을 병행했다. 면담을 통해 선수단 진로와 멘탈 관리에도 애썼다. 아픈 손가락이지만 간절함이 없다면 다른 방법을 권유했다. 학교 측이 감독 숙소를 따로 제안했지만, 친밀감을 위해 선수들과 숙소 생활을 결정했다.




때로는 형과 같은 지도에 선수들이 움직였다. 조금씩 달라졌고, 짙은 패배 의식은 강한 동기 부여로 변했다. 안에서 변화는 운동장에서 나타났다. 올해 초 통영에서 열린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스리백 기반 역습으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40강에서 한국열린사이버대에 0-1로 패했지만 가능성을 본 한 판이었다.

“간절하게 잘 따라왔다. 자신감이 많이 붙었고 좋은 팀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았다. 매번 지던 팀이 좋은 팀을 상대로 지더라도 1골 차이로 지고, 때로는 비기기도 하니까. 선수들이 잘 따라와서 나도 정말 뿌듯했다.”

추계대학축구연맹전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24명 중 6명이 재활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골키퍼조차 1명이었다. 그러나 간절함까지 막을 순 없었다. 한 번도 못 잡았던 위덕대를 후반 막판 극장골로 꺾고 14명이 만든 태백의 기적을 만들었다.

부임 첫해의 기적. 언젠가 영남대, 안동과학대와 견줄 만한 팀을 만들겠단 목표를 가슴에 품었다. 시즌이 끝났지만 쉴 틈은 없었다. 내년, 내후년 미래를 위해서 10월부터 직접 돌아다니며 신입생을 알아보고 있다. 간절함을 팀에 심고 조직력을 담금질해 도전하고픈 다짐이었다.  

대구 예술대 환경은 조금 척박하다. 높은 산 중턱에 있어 교통이 원활하지 않다. 나이트 조명은 있지만 훈련장이 정식 규격보다 좁다. 겨울엔 눈으로 훈련이 어려워 동계 훈련 장소를 빨리 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승엽 감독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전을 K리그1에 승격시켰던, 상주 상무와 부산을 이끌고 매력적인 축구를 선보였던 '형' 故 조진호 감독이 아련히 보였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주위에서 대구 예술대가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고요. 같은 마음으로 끝까지 하면 무언가 따라오지 않을까요. 개인보다는 팀으로 승부하려 합니다. 이제 많은 관심을 가질 거라 믿어요. 저에게 부산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분명 힘들기도 했지만 코치, 감독 대행으로, 진호 형에게 배운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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